바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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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공간 2 : 네모와 직선 
June 1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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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야르벤파고등학교의 한 교실. 벽면이 유 리로 되어 있어 교실 안을 훤히 들여다 보인다. 

교육에서 공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교육의 공간을 바라보는 인식은 예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단지 교실의 넓이와 짓는 재료와 담는 기기만 달라졌을뿐 공간에 담긴 철학과 가치는 여전히 구시대적 발상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네모난 공간에 여전히 직선적인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요. 한때 많이 불렸던 '네모의 꿈'이란 노래가 있습니다.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 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또같은 풍경
네모난 문을 열고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네모난 조간신문 본 뒤
네모난 책가방에 네모난 책들을 넣고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을 지나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네모난 오디오 네모난 컴퓨터 TV
네모난 달력에 그려진 똑같은 하루를
의식도 못한채로 그냥 숨만 쉬고 있는걸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 다 온통 네모난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도 몰라 (하략)
 
네모난 공간에 갇혀 결국 네모의 꿈밖에 꾸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는 이 노래의 가사만큼이나 우리의 교육공간과 그 한계를 적절하게 설명해주는 건 없어 보입니다. 학교공간의 교육적인 의미를 조금만 고민해본 사람이면, 교실현장에서 그런 고민을 오래한 교사들과 잠깐이라도 얘기를 나누고 의견을 듣는다면 그렇게 '터 무늬 없는' 학교 건축을 하지는 않을텐데, 참 답답합니다. 교육의 현장에서 오랜 경험과 고민을 한 교사를 배제한채 경영자와 건축가만 은밀히 만나 효율과 기능과 재정을 최우선하는 선에서 적당히 타협하고 설계를 마칩니다. 교사의 의견을 듣는다하더라도 단편적으로 반영하는 정도에서 그칩니다. 무늬와 선과, 그리고 학교 공간에 속속들이 배일 가치와 정신을 이야기한다는 건 꿈도 못꾸죠.
 
  그런데 꿈같은 그런 공간을 북유럽의 학교를 방문하는 내내 만났습니다. 마주한 순간 눈물이 났습니다. 왜 똑같은 돈을 들이고도 우리는 이렇게 건축하지 못할까 속상했습니다. 꿈꾸던 교육공간은 더 이상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습니다. 그들은 학교를 지을 때 교육청 관계자나 학교장만이 아니라 현장의 많은 교사들이 참여해 건축가와 수없이 만나면서 의견을 조율합니다. 교실현장에서 가르침과 배움을 최적화하기 위해 평소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존중합니다. 설계에 반영하고, 꿈꾸는 교실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도록 각자의 최선을 다합니다.
 
  학교장은 모든 아이들을 가까이 관찰하고 만날 수 있는, 가장 시끄러운 곳에 위치합니다. 모든 교실은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부분, 혹은 전체가 유리로 개방되어 있습니다. 교과교실은 해당 교과를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일례로, 사회과 교실에는 각종 지도 블라인드가 줄만 당기면 천장에서 펼쳐지고, 음악과 교실의 벽면 곳곳에는 별별 악기를 수납할 수 있는 여러 장欌이 숨어 있습니다. 초등학교 교실에는 안락한 가정집처럼 곳곳에 쇼파가 있습니다. 교실과 복도 천장에는 레일을 설치해 학생의 프로젝트 결과물이나 작품을 수시로 전시합니다. 교실과 교실 사이 공간에 작은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단을 조금만 높인 무대가 있습니다. 조그마한 자투리 공간도 그대로 두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더 많은 건축비를 들인 것도 아닙니다. 생각을 바꾸면, 교육현장에서 고민하는 교사와 조금이라도 소통하면 우리도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배움의 공동체라며 말로만 떠드는 우리와는 다르게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합력해 선을 이루어 가는 진정한 배움의 공동체를 삶에서 실천합니다. 진리가 살아숨쉬는 배움의 공간을 위해 오랫동안 근무한 교사든, 경험이 일천한 교사든, 리더든 간에 저마다 지닌 생각을 직접 솔직하게 말합니다. 그런 정직과 신뢰가 설계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배움의 공간에 숨을 불어 넣었습니다.
 
  가르치고 배우는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공간에 대해 이제는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굳은 콘크리트만큼이나 공간에 대한 고정되고 경직된 생각은 교육을 교육되게 할 수 없습니다. 네모난 공간의 틀을 벗어나 '터 무늬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가는 일 또한 교육과정의 중요한 일부분입니다. 더 나아가 직선과 수직 일변도인 우리네 거주 공간도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굳이 북유럽을 예로 들지 않겠습니다. 자연을 닮은 초가나 기와에 담아낸 부드러운 선의 미학이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새삼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런 부드러운 선과 넉넉한 여백을 지닌 옛집에 숨겨진 지혜와 가치를 복원하는 일은 더이상 교육과 무관한 일이 아닙니다.  
   
 
[글과 사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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