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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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치기 
November 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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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바람나무숲 아이들과 함께 도시탐험을 하러 인사등에 갔다가 들른 쌈짓길에서 사방치기 놀이판을 봤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낯설기만 한 놀이판과 그 위에서 깽깽이 발로 뛰어다니는 모습들.
하지만 7~80년대까지만 해도 동네 어귀에 아이들이 모인 곳이면 흔히 볼 수 있는 놀이 풍경 중 하나이지요.
뛰놀 수 있는 마당과 돌이나 나뭇가지만 있어도 몇 시간을 너끈히 놀 수 있었던 그 때 그 시절이,
어쩌면 화려한 볼거리와 넘쳐나는 디지털 신호와 풍성한 먹거리로 가득한 오늘날보다 더 행복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사방치기를 어떻게 하는지 잊어버리셨다구요.
그럼 저와 함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사방치기 놀이를 해볼까요.
 
(1) 1번에 돌을 던집니다.
(2) 2번부터 8번까지 외발이나 두 발로 갔다가 되돌아옵니다.
(2-1) 돌이 옆 칸에 있을 때는 외발로 갑니다. (1번과 2번, 4번과 5번, 7번과 8번)
(2-2) 7번과 8번에서 되돌아 올 때는 그 자리에서 동시에 뛰어 뒤로 돌아 발이 8번, 7번으로 바뀝니다.
(3) 1번에 있는 돌이 집어들고 나옵니다.
(4) 2번에서 8번까지 순서대로 돌을 던지고 외발이나 두 발로 갔다가 되돌아와 돌을 집어들고 나옵니다.
(5) 돌이 3번과 6번에 있을 때는 1번과 2번, 4번과 5번, 7번과 8번에서 두발로 갑니다.
(6) 8번까지 끝나면, 뒤로 돌아서 돌을 머리 뒤로 던져서 "하늘"에 돌이 들어간 후 7번과 8번에서 뒤로 돌아 가랑이 밑으로 손을 넣어 돌을 집어들고 나오면 이깁니다. (출처, 국립어린이민속박물관)
 
 
사방치기를 잘 하려면 기본적으로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지요.
때로는 외발로 뛰어다녀야 하고, 8번까지 끝내는 것이 보기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단지 놀이판만 보고 쉽게 생각하면 큰 코 다치기 십상입니다.
이런 놀이를 통해 우리는 감수성을 기르고 신체의 근력을 키우며, 하늘에 돌을 던져 넣어야 하는 집중력과
때론 실수하는 동무를 위로하며 협업하는 능력을 키웠지요.
경쟁하는 듯 하지만 참으로 운치가 있는 놀이였습니다.
뒤로 돌아 하늘로 돌을 던지며 이상을 꿈꾸었고, 가랑이 밑으로 돌을 집어내면서 허리를 굽히는 겸양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1번부터 차근 차근 돌을 던지며 한 단계씩 밟아올라가야 하는,
그래서 마침내 8번까지 마치고 하늘에 이르는 놀이를 통해 삶의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무엇이든 욕심내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부터 최선을 다하며 길을 걸어가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때론 외발로 뛰어야 하기도 하고,  때론 뒤로 돌아 가랑이 밑으로 손을 넣어야 할 만큼 허리를 굽혀야 함도 깨달았지요.
 
매년 이맘때면 온 국민이 함께 겪어야 하는 대학입시를 위한 통과의례, 하지만 갈수록 넘쳐나는 자극적인 문구에 마음이 씁쓸해집니다.
수험표를 가지고 가면 할인해주는 성형이벤트를 비롯해, 난무하는 '대박', '대박', '대박'의 격려 문구들.
학생이나 학부모나 모두가 이 하루를 위해 살아온 듯, 혹은 오로지 이 하루를 위한 한탕주의에 광분하는 사람처럼 보여지는 것은
예민한 제 성격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01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오늘 갑자기 사방치기가 떠오른 까닭이 무엇일까 곰곰히 돌이켜 생각했습니다.
돌을 던지며 길을 살피고 금을 밟을까 조심스러워 하며
때로는 외발로 '콩, 콩' 혼자 디뎌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되돌아서서 다시 처음부터 길을 가야하는
사방치기의 이 단순한 놀이법에서 이 땅의 교육이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소위 일류대학을 위해서라면 그깟 금을 밟는 것쯤은 예삿일이고,
때론 외발로 딛고 서 있어야 할 때 두 발로 뛰어가는 반칙쯤은 용인되는 그런 삶을
더욱 부추기는 이 땅의 교육을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수능이 끝난 아이들과 운동장에 나가 놀이판을 그려놓고
깽깽이발로 돌을 던지며 사방치기 한 판 해보는건 어떨까요.
 
[글과 그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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