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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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사시사 
June 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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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로부터 12km 정도 떨어져 있는 보길도는 고산 윤선도가 10여년을 머물면서 어부사시사를 남긴 곳으로 유명하다. 고산이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가던 중 심한 태풍을 피하기 위해 이곳에 들렀다가 수려한 산수에 빠져 머물게 되었다는, 그만큼 아름다운 섬이다. 여름피서지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데 그 중 남쪽에 위치한 예송리 해수욕장은 모래사장이 아닌 작은 자갈밭과 천연기념물인 상록수림과 어우러져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그리 아름다운 풍광에 아이들이 물들어간다. 자연에 자연스레 온몸으로 반응한다. 웃음이 떠날 줄을 모른다. 단체로 관광을 온 듯 무리지어 있던 사람들도 해맑은 웃음소리에 반해 한참을 바라보며 미소짓다. 어느 새 아이들은 파도랑 술래잡기를 하며 놀이의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제 그만 놀고 가야지' 몇 번을 얘기해도 웃음소리에 묻히고 파도가 삼켜버린다. 고산도 이랬을까. 배를 타고 낚시를 하며 고기와 노닐다 달을 보며 아쉽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일이란 날이 또 없으랴 봄밤이 바로 샐 것이다
낚싯대로 지팡이를 삼고 우리집 사립문을 찾아가자
어부의 한평생은 이럭저럭 지내노라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중 춘사春詞 10] 
 
봄밤이 지나 내일의 해는 금세 밝아올 테니 강호에서의 한가로운 삶에 매일을 안분지족하는 시인의 여유가 부럽다. 그런데 지금 내 눈앞에 노니는 아이들도 어부의 한평생과 닮아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나또한 어린아이였을 때 그런 웃음을 지녔음이 분명하다. 꽃처럼 화사했고 나무처럼 정직하며 바람처럼 자유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자연의 풍광을 닮은 얼굴은 점점 그 빛이 바래지고 청량한 웃음은 둔탁해졌다. 그리고 굳어져가는 관절만큼이나 생각도 딱딱해져간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부사시사의 반복되는 후렴구)
 
둔탁하고 딱딱해져가는 세월의 주름을 거슬러 노를 저어라. 그리고 예송리  해수욕장의 검은 자갈밭에서 '돌~ 돌~ 돌~' 흘러가는 물처럼 청량한 소리로 노래를 하자. 낚싯대로 지팡이를 삼아야 할 그날이 곧 오더라도 가난을 벗 삼아 금방 샐 밤을 두려워말고 곧 올 내일을 기대하자. 내일을 살아갈 다음세대를 위해 지금 여기서 조금만 더 가난하게 살자. 어른의 내세울건 어부의 한 평생처럼 이럭저럭한 소박한 삶으로만 자랑하자.
 
[글과 사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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