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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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父子 여행 
January 23, 2014
사춘기를 겪는 자녀와 부모의 갈등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해가 갈수록 더 심해진다고 아우성이다.
한때 북한군이 가장 두려워하던 존재는 방위가 들고 다니는 도시락이었다.
그 도시락 안에 아마도 상당히 위협적인 무기가 있을거라 생각한단다.
그런데 이제는 14~15살의 중학생으로 바뀌었다는 우스개 소리가 회자되고 있다.
그러니 대한민국을 수호하느라 온 신경이 곤두서있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어떻게든
경쟁에 뒤쳐지지 않게 단도리해야 한느 부모와의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겠는가.
그 중에서도 아버지와 아들 간의 관계는 견원지간 만큼이나 늘 으르렁 대기 일쑤다.
나 또한 몇 해 전 질풍노도보다 더 심각한 사춘기를 겪고 있던 큰 아들과 사단을 내고 말았다.
때마침 교육과 관련된 어느 공익시민단체를 설립하느라 야근을 밥 먹듯 하던 때였다.
평일엔 주로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오는 일상의 반복이라
고성이 오가며 직접적으로 맞부딪히는 일은 주로 주말에 일어났다.
결국 이런 부자 간의 반목이 반복되면서 스스로 회의에 빠졌다.
소위 교육전문가가 제 자식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다는게 말이나 되나 싶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아이와 함께 배낭을 짊어지고 제주로 떠났다.
제주로 간 부자는 몇 일을 아무 말 없이 올레 길만 뚜벅뚜벅 걸었다.
화해를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하지도 않았고 뭔가 감동적인 시나리오를 준비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서로 말없이 같은 길을 걸어가면서 어느 순간 훌쩍 커버린 큰 아이의 뒷모습을,
그리고 든든히 뒤를 지켜주는 아버지의 존재를 알아챈 부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음을 열었고 자연스레 화해를 했다.
그런 일을 경험하고 나서 나는 자녀와 문제가 있는 대한민국 부모를 만날 때면
무조건 배낭을 메고 여행을 떠나라고 충고한다.
부자 여행은 부자父子를 진짜 부자富者로 만들어 주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앞뒤 너무 생각말고 함께 손 잡고 길을 떠나라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그렇게 함께 여행하다보면 부자는 어느 순간 벗이 되기 때문이다.

[글과 사진, 바람]

(구럼비 바위가 파괴되기 전 그 해 늦가을에 제주 강정마을에서 카메라 렌즈를 통해 어느 새 훌쩍 자란 큰 아들을 보았다.)

bus_2014012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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